자기주도진로

[Vol.35] “져스트프로젝트 왜 하냐고?…예쁘고 재미있어서”


‘쓰레기로 제품 제작’ 져스트프로젝트 대표 이영연 씨

 

“져스트프로젝트(JUST PROJECT)는 우리가 버린 것들을 재활용해서 환경에 이로운 제품을 만듭니다. 그리고 개발도상국인 필리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저희 브랜드에 대해 초창기에 사용했던 콘텐츠들입니다. 하지만 이건 사실 전부 거짓말입니다. 잘못된 정보라는 뜻이죠.”

2017년 7월 열린 TEDx IncheonU의 ‘별 볼 일 없는 쓰레기에 생명을 불어넣자’ 는 주제의 연사로 나선 이영연 씨의 첫 마디는 반전 그 자체였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확고했던 신념을 모두 거짓이었다고 고백하는 창업가라니…. 단박에 청중들의 관심이 그의 입으로 집중됐다.

친환경 업사이클링 분야에서 지난 5년간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온 져스트프로젝트 대표 영연 씨는 이날 강연에서 그 어떤 확고했던 신념도 하루아침에 거짓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자신의 삶을 통해 이야기했다.

 

■ 사회적·환경적 책임 고민했던 ‘천생 디자이너’

영연 씨는 어린 시절부터 오래된 것들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선물을 받으면 포장지나 박스를 버리지 않고 모아뒀다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일을 즐겼다. 그림을 그리거나 손으로 뭐든 만드는 것을 좋아했던 영연 씨는 자연스레 디자이너의 길을 걷게 됐다. 광고디자인회사·문구디자인회사·패키지디자인회사 등 회사에 소속된 디자이너로 10여년간 직장생활을 했다. 영연 씨는 디자이너로 살면서 늘 사회적, 환경적 책임을 고민했다.

“제 일의 방향을 바꾸게 된 결정적 계기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디자이너는 사회적, 환경적 책임이 있다’라는 국민대학교 윤호섭 명예교수님의 가르침은 내내 떠나지 않는 삶의 지표였고, 일본의 디자이너 나가오카 겐메이의 《디자인하지 않는 디자이너》라는 책을 읽은 후 디자이너로서 환경과 사람, 일과 태도에 대해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하게 됐습니다.”

6개월짜리 짧은 프로젝트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져스트프로젝트’는 디자이너 10년 차 서른한 살의 영연 씨를 창업의 길로 이끌었다. 져스트프로젝트는 주로 패션소품, 생활소품을 디자인하고 만드는 회사다. 일반적인 디자인회사와 다른 점은 제품의 소재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쓰레기’, 즉 헌 옷, 일회용 빨대, 과자비닐 같은 다양한 쓰레기들을 활용해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낸다.

 

■ ‘내가 그동안 거짓말을 했구나’ 용기 내 스스로 팩트체크

하지만 ‘착한제품, 건강한 소비, 쓰레기를 줄이자’ 등 져스트프로젝트를 표현하는 모든 수식어들을 깡그리 부정하게 되는 계기가 찾아왔다. 2016년, 그래픽 디자이너 친구와 함께했던 한 매체 인터뷰였다.

“져스트프로젝트에 ‘어떻게 합류하게 됐느냐’는 질문에 친구가 망설임 없이 ‘저는 사실 친환경 제품에 관심이 없어요. 그냥 예쁘고 재밌어서 하는 거예요’라고 답을 하는 거였어요. 그때 제 느낌이 황당하거나 저 친구가 왜 저렇게 말하지 하는 생각보다 속이 후련하고 기분이 좋고 그 친구가 멋있어 보였어요. 그리고 제가 왜 그랬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예쁘고 재미있어서 만든다는 말’ 바로 그 말이 제가 소비자들에게 듣고 싶은 말이고 내가 소비자들에게 해야 하는 말도 그런 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이를 계기로 영연 씨는 자신의 브랜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됐다. 회사를 알리기 위해 자신이 하고 다녔던 말들이 맞는 말인지 팩트체크(fact check)를 시작했다. 논문이나 기사도 찾아보고 환경부 연구자료와 각종 통계자료 등 틈나는 대로 찾아봤다. 그렇게 검증을 해나가면서 내린 결론은 “전부 거짓말”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는 당시 찾았던 몇 가지 자료들을 근거로 제시했다.

“ ‘환경에 이롭다’는 말은 쓰레기를 줄인다는 말인데 과연 우리가 쓰레기를 얼마나 줄이고 있는지 검증해봤습니다. 하루 생활쓰레기 배출량(2014년 환경부 자료)이 5만 톤인데 우리 브랜드에서 한 달 소진하는 쓰레기양이 100kg 안팎이니 숫자로 보면 절대 쓰레기를 줄인다고 볼 수 없는 것이죠. 또 개발도상국인 필리핀 사람들에게 일자리 제공한다고 했는데 사실 그들은 제가 창업을 마음먹었을 때 인연이 닿은 사람들이고 그들과 함께 일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제품을 정말 잘 만들기 때문입니다. 합당한 임금을 주고 파트너로 일을 하는데 제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후 져스트프로젝트의 슬로건은 ‘We make products by our trash’와 ‘It is trash, but treasure to me’로 달라졌다. 창업 4년 차에 새롭게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하는 그는 “확고하다고 생각했던 게 이렇게 확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언제든 또 도전받는 상황이 닥칠 것이다. 어느 누구라도 자신의 신념이 영원불변 확고하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상황은 계속 바뀔 수 있고 우리는 계속 공부하고 배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져스트프로젝트의 멤버는 한국인 팀원 3명과 총괄매니저를 비롯 재료별(foil & straw, 티셔츠, 뉴스페이퍼) 메이커 10여 명의 필리핀인이 있다. 제품을 만드는 일 외에도 져스트프로젝트가 하는 일은 다양하다. 전시와 워크숍을 진행하는 일, 쓰레기를 소재로 하는 일에 대한 컨설팅을 하거나 프로세스를 개발하는 일도 한다. 최근에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쓰레기》라는 계간잡지 발행도 성공했다. 지난 8월에 창간호를 펴냈고 현재 관련 전시와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동시에 연내 2호 발행을 준비 중이다.

“쓰레기라는 재료는 저희 팀에게 있어서 하나의 기호이고 취향이며 영감의 대상인 동시에 매력적인 소재입니다. 《쓰레기》잡지에는 이러한 소재로 디자인 작업을 하면서 함께 공감하고 싶은 내용들을 담았습니다. 버려진 것들을 재화로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고 고됩니다. 대부분 선례가 없는 일들이기 때문에 어딘가에 조언을 구하거나 방법을 찾아내기도 쉽지 않죠. 하지만 몸소 그런 과정들을 겪으며 얻어낸 결과들을 볼 때면 큰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 쓰레기는 매력적인 소재… 인식 개선에 에너지 쏟을 것

창업 4년차인 2017년 이후, 져스트프로젝트는 더 많은 도전과 성취를 이뤘다. 2017년 5월3~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과자전 참가, 2017년 9월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참가해 ‘재료삼정’, ‘팝업상점’을 두 달간 운영했다.

올 3월엔 친환경 글로벌코즈메틱기업 LUSH KOREA의 의뢰를 받아 각종 매장집기 제작을 맡기도 했다. 4월부터는 종로구 정동사거리 돈의문 박물관마을에 져스트프로젝트 홍보관을 오픈했다. 7월31일엔 계간 《쓰레기》창간호 발행을, 8월1일엔 브랜드 탄생 5년차를 맞아 온라인숍을 오픈했다. 져스트프로젝트는 얼마 전 서울 중구 을지로3가의 낡은 건물로 작업실을 옮기고 연내 쇼룸 완성을 위해 막바지 공사에 전념하고 있다.

“앞으로도 저희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꾸준히 해나가면서 쓰레기를 소재로 인식될 수 있게 하는 데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자 합니다. 저는 저희 멤버들과 함께 져스트프로젝트 브랜드를 꾸려가면서 우리가 하는 일을 더 사랑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대중 강연장에서 그동안 자신이 거짓말을 했다는 고백을 한 영연 씨의 용기와 겸허함은 많은 창업자들이 자신의 가치관이나 업적을 최대한 포장하기 바쁜 세태 속 신선한 감동을 전했다. 자신의 진로를 찾아가야 할 청소년들에게도 영연 씨는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직업의 종류가 곧 진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진로는 평생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래서 저도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는 제가 하는 일을 더 사랑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것 먹으면서 행복하게 사는 것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두고 있습니다. 오늘도 그렇게 되기 위해서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하루를 살고있습니다."

     

 

[글쓴이] 김은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