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자유학기제

[Vol.38] “학생 중심의 교육과정 편성인지 반성하고 성찰할 때”


윤여복 서울 강남서초교육지원청 중등교육과장

 

“둘째 아이가 중학교에 갔을 때 했던 말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학교가 왜 이렇게 재미없고 지루해?’라는 거예요. 그때 학교가 즐거워질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행복한 일이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자유학기제 정책을 추진하면서 드디어 현장에서 아이들이 즐거운 학교가 실현될 때가 왔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 설레었습니다.”

꿈트리는 12월 12일 서울 강남구 선릉로에 위치한 서울특별시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서 윤여복 중등교육과장을 만났다. 윤 과장은 2013년 초 서울시교육청에서 진로집중학년제를 담당하다가 9월부터 자유학기제 업무를 맡게 됐다.

“초기엔 자유학기제가 진로에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학교 교과수업의 변화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논의가 많았습니다. 저는 교육의 기본 바탕에는 학생들의 진로개발 역량을 길러주는 것이 깔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유학기제에서 수업 방법이나 평가 방법을 바꾸려고 하는 시도들도 기본적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진로를 찾아갈 수 있게 만들어주기 위한 변화의 시작이라고 봐야 됩니다.”

자유학기제 초창기 업무를 맡았던 당시 윤 과장은 유난히 자동차 접촉사고를 많이 냈었다고 말했다. 운전하는 내내 ‘자유학기제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학교 현장의 반감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등에 대해 깊이 고민하다 보니 때론 집을 지나쳐 고속도로로 잘못 빠지는 일도 허다했다.

윤 과장은 2013년 자유학기제를 추진할 당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교사와 학부모를 설득하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사회 구성원들이 ‘교육이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자유학기제의 취지처럼 점수에만 얽매이지 않고 인성을 중시하고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가도록 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고입이나 대입을 앞둔 학교 현장에서 과연 이런 취지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찍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정책을 추진하는 초창기에는 교사나 교장·교감,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설명회를 많이 열었습니다.”

윤 과장은 2014년 오류중학교 교장으로 부임하면서 자유학기제가 학생들에게 매우 중요한 정책이라는 사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부에 관심도 의욕도 없던 아이들이 학교 밖에서 자유학기제 활동을 하면서 180도 달라지는 모습을 봤습니다. 의상박물관에서 디자인 체험을 했는데 아이들의 창의성이 매우 뛰어나다는 강사님의 칭찬을 듣고 아이들 스스로도 무척 뿌듯해했어요. 학교 선생님들도 학교 안에 있을 때와 전혀 다른 아이들 같았다며 놀라워했습니다.”

혁신학교인 오류중학교는 지역사회와 연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아이들에게 공부를 꼭 학교 책상에서만 하는 게 아니라 지역 곳곳에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주는 긍정적 효과를 얻었다. 윤 과장이 교장으로 재직했던 4년 동안 오류중학교의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선호도에 따라 점차 다양해졌다. 수업시간에 함께 공부하기 힘든 아이들을 따로 모아 특별한 수업을 진행했던 대안교실의 사진수업은 잊을 수 없는 사례다.

“사진작가와 함께 아이들이 지역에 나가서 직접 사진을 찍고 그 사진에 대한 글쓰기 활동을 했습니다. 평소 말썽만 부리고 공부를 안 하던 아이들이 너무나 창의적인 사진을 찍고 글을 썼다는 것 자체가 저는 기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의 작품을 학교는 물론이고 서울시교육청 1층에도 전시했습니다.”

윤 과장은 ‘인문사진동아리 프로그램’을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으로 제안했고,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자유학기제 주제선택 프로그램 교재를 만들어 각 학교로 보급했다. 대안교육 프로그램으로 시작했지만 정식 자유학기제 주제선택 프로그램으로 채택된 것이다.

자유학기제 시행 초기 학부모들의 반응도 다양했다. 첫해엔 한 학부모로부터‘왜 우리학교만 자유학기제를 하느냐’는 전화를 받았다. 다른 학교는 열심히 공부시키는데 자기 아이 학교만 시험을 안보고 공부를 안 시키면 입시에 불리하지 않느냐는 항변이었다. 이듬해에는 ‘왜 우리학교는 자유학기제를 안하느냐’는 전화를 받기도 했다.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는 학교 학생들은 내신 공부를 안 해도 돼서 수학경시대회 공부를 하는데 자기 아이는 내신과 경시대회를 동시에 공부해야 해서 공정하지 않다는 항의였다.

“위의 사례와 달리 한 학부모는 설명회에서의 제 말을 듣고 너무나 공감했다며 장문의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두 아들에게 좋은 교육을 시키기 위해 필요하다면 이사를 갈 각오도 있다면서 자유학기제를 가장 잘 실행하는 학교를 소개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자유학기제가 정착해가는 과정 속에서 반대의 목소리도 있지만 긍정적인 시각에서 보는 분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런 분들이 한 명 한 명 늘어나는 것이 바로 자유학기제의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햇수로 6년째 접어든 자유학기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이 필요한지 질문에 윤 과장은 자유학기제의 내실화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답했다.

“초기에 연구학교나 시범학교를 할 때는 정책의 근본정신에 기반을 두고 거기에 맞춰서 실천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가면서 효과성 보다는 운영의 효율성 부분에 더 중점을 두고 운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자유학기제의 취지인‘학교교육과정 편성이 학생중심인가’라는 부분에 대해 반성·성찰하고 그에 따른 교과 교육과정 재구성이 이뤄져야 합니다. 그렇게 재구성된 교과 교육과정이 자유학기활동과 연계돼야만 시너지 효과가 생길 것입니다.”

지난 9월 1일자로 서울특별시 강남서초교육지원청으로 부임한 윤 과장은 현재 강남서초지역의 특성에 맞는 자유학기제를 운영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유학기제는 각 지역의 특성에 맞게 운영해나가야 합니다. 강남서초 지역은 교육열이 높은 만큼 질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겠죠. 지역사회의 자원에 대해서 더 알아보고 그렇게 발굴한 우수한 자원들과 연계해서 학생들에게 어떤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우선 12월 26일 IT와 국제분야의 전문가들을 초청해 멘토링 하는‘꿈넘꿈 진로프로그램’을 개최할 예정입니다.”

우리나라 교육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시급히 해결돼야 할 과제로 윤 과장은 ‘사람중심의 교육철학을 기반에 두고 그 정책을 흔들리지 않고 밀고나가는 것’임을 강조했다.

“아만다 리플리의 책《무엇이 이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들었나》를 보면 우리나라 교육을 두고 ‘철인경기’같다고 표현했습니다. 다 같이 뛰면서도 모두가 불만인 그런 경기죠. 우리 교육은 개인 이기주의와 집단 이기주의에 의해서 계속 흔들려 왔습니다. 어떤 교육정책이 나오더라도 그 누구도 만족하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진짜 교육이 추구해야 될 목적이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일관된 정책 기조로 묵묵히 밀고 나가야 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글쓴이] 김은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