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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6] “검사·변호사 흉내만? 판결문 직접 작성하며 논리력 쑥쑥”


경기 안양시 연현중학교 학생자치법정 동아리

 

“학생은 왜 화장하면 안돼요?”,“월담 좀 했다고 처벌하는 건 너무 가혹한 것 아닌가요?”화장하는 여학생, 월담하는 남학생으로 분장한 교사들이 항변한다.“심문하겠습니다.” 법복을 입은 학생이 나섰다.

교사와 학생이 입장을 바꿔 연출한 모의법정 장면이 교내방송으로 나오자 학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교사들은 “이미 교칙을 위반한 아이들을 혼내는 것보다 모의법정을 통해 미리 학교생활인권규정(교칙)을 인지하도록 하면 예방 효과가 더 크다”며 반색했다.

꿈트리는 9월 18일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에 위치한 연현중학교에서 10여 명의 학생법정자치동아리 구성원들과 지도교사인 진지명 교사(수학교과)를 만났다. 자치법정동아리에는 1학년 6명, 2학년 5명, 3학년 9명으로 총 20명이 활동하고 있다.

 

3학년 송채연 양은“어려운 법률용어를 암기하거나 대본 시나리오 작성하는 과정이 힘들지만 모의법정을 통해 법과 친숙해진 것 같다. 평소 성격이 차분한 편인데 변호사, 검사 역할을 하면서 자신감이 생긴 것은 물론 앙칼지게 주장을 펼칠 때 스스로 놀라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1학년 정원이 양은“모의 학생자치법정에서 ‘심문하겠습니다’라고 말할 때 내가 진짜 검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꿈이 없었는데 자연스레 법 관련 직업에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연현중 학생자치법정동아리는 매년 법무부가 주최하는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왔다. 2017년에는 ‘중학생 생활법퀴즈·캠프 전국대회’ 단체전에서 최우수상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했으며, 올해는 개인전에서 경기권 지역예선 3등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지난해 단체전 대회에서 받은 상금 170만원 중 일부는 후배들을 위해 법률관련 책을 구입해서 기증하기도 했다.

대회 참가를 위해 이들은 한 달 동안 매일 아침과 방과 후에 법률상식 문제를 100개씩 풀기도 했다. 3학년 선배들이 가르치며 이끌면 1학년은 선배들을 따라잡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연현중 학생자치법정동아리의 모의법정은 흔한 진로체험 프로그램의 수동적인 역할극과는 차원이 다르다. 변호사, 판·검사 역할을 맡은 학생들은 직접 판결문을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법률용어를 익혀야하는 것은 기본이고 예상되는 시나리오를 짜고 확인하는 과정까지 직접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진 교사는 “법을 공부하면서 논리력이 길러지므로 다른 과목을 공부할 때도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논리적으로 답을 찾아갈 수 있게 됐다. 리걸 마인드(legal mind)와 자신감 향상은 덤”이라고 말했다.

법에 관심 있는 학생들로 구성된 연현중 학생자치법정동아리는 《중학생 생활법》, 《청소년 법과 생활》같은 책을 읽고 캠페인도 벌이는 등 법 교육 활동을 주로 하고 있다. 학생자치법정동아리는 2011년 경기도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면서 경기지역 학교마다 운영하기 시작했다. 진 교사는 당시 근무하던 학교에서 자치법정동아리 컨설팅을 담당했었다.

“학생인권조례 실시로 학교에서 체벌이 금지되고 상벌제도가 생겼습니다. 상점과 벌점으로 나눠 벌점이 많은 학생들을 긍정적으로 지도하기 위해 학생자치법정에서 스스로 결정하면서 자치법정이 시작됐어요. 그런데 이것도 인권침해에 해당될 수 있다고 해서 벌점제도가 없어졌습니다.”

 

학교별로 ‘벌점이 몇 점 이상이면 자치법정에 선다’는 기준이 사라진 이후 학생자치법정동아리 활동은 주로 캠페인과 모의법정 법 교육활동으로 바뀌었다. 현재는 절도나 학교폭력위원회 같은 형사사건을 제외한 생활규정 위반에 한해서만 해당학생이 선도위원회나 모의법정을 선택해서 조치를 받도록 하고 있다. 교사로 구성되는 선도위원회에 비해 자치법정에서는 학생들에 의해 벌칙이 정해지며 주로 캠페인이나 깜지(빽빽이 숙제) 쓰기, 화장품 압수(볼터치나 눈화장 같은 색조화장에 한해) 등이다.

매년 상·하반기 학교를 벗어나 법 관련 기관 견학도 간다. 올해는 대검찰청을 방문해 검사실을 직접 둘러보기도 하고 수사기법에 대한 설명을 듣는 등 검사가 하는 일에 대해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지난해에는 안산청소년꿈키움센터를 방문해 법 관련 교육을 받았고,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에 있는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에서는 성범죄자가 착용하는 전자발찌의 위치를 직접 확인해 보기도 했다. 올 하반기에도 다른 법 교육기관 탐방을 기획 중이며 12월 말 열릴 학교축제 때 부스를 열어 그 동안의 동아리 활동상을 전시할 예정이다.

 

진 교사는 “1학년 때 동아리에 가입하면 3년 동안 자연스레 논리적 말하기, 글쓰기 훈련을 받을 수 있다 보니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큰 도움이 된다. 졸업생 중에서는 외고 등 특목고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많았다”고 말하며 “올해는 입시 때문에 가입하려는 3학년 학생들이 많아서 엄격한 심사를 거쳐 이들의 입단을 막기도 했다. 입시가 목적이 될 경우 자칫 자기시간을 희생해야 하는 단체활동을 열심히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글쓴이] 정선영 객원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