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교육

[Vol.35] 4차 산업혁명시대의 교육혁신의 방향


[전문가의 눈] 진미석 서울시립대 초빙교수(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체의 좌우가 조금씩 다르다. 어떤 여성은 왼쪽 발은 232mm, 오른 발은 234mm이다. 그러면 신발가게에 가면 230mm나 235mm를 사서 신게 되는데 어떤 경우든 왼발이나 오른발은 편하지가 않다. 왜 그래야 할까? 3D 프린터는 이런 고민을 말끔하게 해소해준다. 마치 아침밥을 전기밥솥에 예약해 두듯이, 프린터에 내가 원하는 사이즈, 재질과 디자인을 입력해 두고 아침에 일어나면 내 눈앞에 내 양쪽 발에 꼭 맞는, 그것도 세상에는 하나밖에 없는 그 신발을 신고 갈 수 있다. 뇌과학의 발전과 빅데이터기술을 통하여 알파고는 신의 경지에 올랐다는 바둑 고수들을 단박에 이겨버린다. 관객들이 감동하는 순간과 표정에 대한 분석을 통하여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AI 연극배우도 조만간 볼 수 있다고 한다. 4차산업 혁명의 개념이나 정의에 대하여서는 아직도 분분하다. 그러나 이 몇 가지 예를 보더라도 언제부터, 누구에 의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던 건 간에 초지능과 초연결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은 우리 삶 전체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특히, 우리 아이들과 학부모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교육과 많은 청년들의 삶을 괴롭히고 있는 일자리문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미 그 시작을 보고 있지만 직업세계는 새로운 유형의 직업들이 많이 생겨나고 기존의 직업들은 없어지거나 축소되고 또 일의 성격이 매우 달라진다. AI, 로봇,3D 프린터들은 사람이 하는 일자리들을 급격하게 채워나가서 고용없는 성장은 불가역적인 추세가 된다. 이런 상황이라면, 우리들은 사람과의 경쟁이 아니라 컴퓨터와 로봇과 경쟁하게 되고, 사람들끼리는 연대하여 일자리를 나누는 세상이 될 수 있다. 또한 일이 사람의 삶의 핵심요소가 된다면, 사람다운 삶을 위해서 사람들은 새로운 형태의 직업이나 일자리를 끊임없이 창출해내야 한다.

지식세계, 직업과 일의 세계가 이렇게 변화해 가고 있기 때문에 교육은 근본적인 변화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답 있는 지식을 찾아내는 역량을 키우는 교육은 마치 대규모 신발공장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듯이 효용가치를 급격하게 잃게 된다. 이제껏 학습이 책과 인터넷과 계산기가 철저히 금지된 상황에서 출제자가 제시한 정답을 찾는 폐쇄형 능력을 기르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제 인터넷이든 책이든, 뭐든 모든 자원을 다 활용하여 문제를 해석해보고 답을 찾아내는 완전개방형 능력을 기르는 모형이 되어야 한다. 전자는 얼마나 정확하게 빠르게 주어진 답을 찾는 능력을 재는 것이라면 후자는 문제를 어떻게 해석하고 또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라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해석의 문제해결의 능력을 재는 것이다.

정답 있는 문제 풀기 교육은 비단 수학이나 과학 같은 교과과목 영역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었다. 아이들의 미래의 삶이라는 문제에 대하여서도 정답은 하나였다. 지금까지 학교에서는 전제했던 암묵적인 학생들의 삶은 ‘열심히 공부하면 행복해 진다’라는 지극히 몰개성적이고 일반적인 훈시의 방식이었다. 공부의 의미도, 행복의 의미도 사람마다 다 다르게 정의될 수 있을 진대, 모두에게 같은 의미로 부과하였다. 학생이 다르고 시대가 다른 데 이런 식의 모두에게 공통되는 복음은 어쩌면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이제 학교는 학생들이 자신의 삶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민하고 삶의 무늬를 어떻게 디자인하고 실제 옷감을 짜 나갈 것인가를 묻고 대답하도록 해야 한다.

학생들의 삶을 준비하는데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고 일과 학습이라는 삶의 요소들을 교직하도록 지원하는 교육의 패러다임은 근본적인 변혁이 필요하다. 더 이상 기존의 직업세계에 몇 가지 진로경로를 설정해 놓고 사람들을 끼워 맞추는 ‘짝짓기 진로교육의 모형’은 더 이상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점차 자신의 개성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만의 삶이 모습을 추구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사람들의 가치관의 변화도 이런 소품종다량식의 진로교육의 설명력은 더욱 약화된다.

왜 우리는 남이 설정해 둔 몇 개 안되는 진로선택지에 자신을 우겨놓고 맞추어야 하는가? 내가 갖고 있는 자질, 역량, 그리고 살고 싶은 삶을 중심에 두고 일과 직업을 만들어 가면 안 되는 것인가?

21세기의 직업세계를 주도적으로 살아가야 할 학생들을 위한 교육의 패러다임은 자신과 주위사람들의 행복을 중심에 두고, 자신의 적성, 흥미, 그리고 가치관 등 개인의 특성에 부합하는 진로를 스스로 디자인하고 준비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창의적 진로개발 모형”에서 출발해야 한다. 물론 기존의 진로경로도 선택지가 될 수 있지만, 이 역시 자신이 설계하는 진로모형의 일환으로 선택될 수 있어야 한다. 학생들이 선택하고 가꾸어 갈 수 있는 진로는 100명의 학생이 있다면 100개의 경로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학생들이 생각하는 행복, 학생들이 갖고 있는 자질은 다 다를 수 가 있기 때문이다. 이전세대에서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형태로 자신의 직업을 개척하거나 자신의 학습경로와 일의 경로를 조합하는 비정형화된 모습이 정상적인 진로교육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사회 모든 영역에서 창의성을 요구하지만, 진로개발 영역에서는 더욱 더 절박하게 창의성을 요구한다. 나의 행복을 위해서 그리고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창의적 진로개발은 필수적이 된다.

미래사회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창의적 진로개발은 자신의 진로를 창의적으로 디자인하고 그리고 실행할 수 있는 ‘역량’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 진로개발 역량은 자신의 존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자신의 정서적, 신체적, 기술적 조건을 잘 이해하고 관리해 갈 수 있는 자기이해 및 관리 능력, 변화하는 일과 직업세계에 대한 지식과 이해, 교육기회와 직업 기회 등 자신의 진로와 관련한 정보수집과 탐색역량, 자신의 미래 진로를 창의적으로 설계하는 역량으로 구성된다. 진로개발역량은 학교 내의 공식적, 잠재적 교육과정뿐만 아니라 학교밖의 활동 등을 통하여 학생들의 참여와 체험을 통하여 효과적으로 개발될 수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학교에서도 대학입시를 넘어서서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주도적이고 창의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연습하고 실험해봄으로써 역량을 축적하는 교육과정으로 변화해야 한다. 전반적인 역량 개발과 축적의 과정에서 교과지식도 그 효용가치를 가져야 한다. 이런 목적에서 본다면, 문제중심의 통합적 교육과정이나 교과연계형 교육과정은 더 적극적으로 확산되고 강화되어야 한다.

급격한 사회변화에 따라서 교육 역시 학생들의 미래 삶의 준비과정에서 다르게 역할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최근 OECD의 많은 나라에서 교육과 일, 삶과의 관계 설정을 다르게 보면서 다양한 형태로 교육혁신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교육개혁의 움직임에서 눈여겨 볼 것은 혁신적 교육과정으로 앙터프레너십(기업가정신)교육이다. 기업가정신교육은 개인이나 지역사회, 혹은 국가적인 차원의 문제를 찾아내고 해석하고 이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창의적 사고와 실천역량을 강화하는 프로젝트 중심의 수업이다. 이 교육을 통하여 축적된 역량은 스타트업이나 사회적 벤처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직업과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고 있어 기업가정신교육은 청년취업난을 해결하는 해법으로 중요시되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학생들의 삶을 창의적이고 주체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역량중심의 교육혁신의 지렛대로도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미래지향적인 역량 개발을 위한 다양한 정책적 실천적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지만, 광범위한 교육 모형으로 정착하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창의적 진로개발을 위한 역량개발이나 앙터프레너십을 교육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의 개선, 교사의 전문성 강화, 프로그램 개발, 인적•물적 자원 등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교육과 진로개발의 패러다임 혁신에 대한 교사, 학부모, 사회구성원의 공감대가 넓어져야 한다. 세상의 변화에 대하여 이해하고 열린 마음으로 아이들의 진로 개척을 바라봐주는 학부모들의 연대와 용기를 북돋아주는 학부모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 또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지역사회는 자신이 갖고 있는 인적 물적 자원의 교육적 가치에 주목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초연결, 초지능의 시대에 교육역시, 학교와 학교 밖 세계간의 적극적인 연결과 협조가 필요하다. 주위를 둘러보면 실제로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층에서도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한 새로운 진로개척자들이 많다. 그들은 고난과 역경을 겪었고 또 여전히 겪고 있기도 하지만, 자신들이 스스로 설정한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고 행복감을 느끼고 있는 역할 모델을 제공해주고 있다. 이들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들의 삶을 디자인해가는 능력을 실제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역할모델은 학생들에게 중요한 지원자가 될 수 있다.

지난 수년간 필자는 초중등학생들에게 창의적 진로개발의 맥락에서 기업가정신체험프로그램과 외부 멘토를 수업에 활용하는 온라인 멘토링 프로그램을 실험해 왔다. 학생들이 다양한 사회적 기술적 문제를 파악하고 나름의 방식과 수준으로 문제해결을 직접 시도해 봄으로써 문제해결역량이나 태도와 자세 등에서 놀랄 정도의 성장을 목격할 수 있었다. 진로성숙도 수준의 차이, 학업성적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참여한 학생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남이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만들어낼 수도 있구나 하는 개척정신’, ‘나도 의미 있는 것을 해 낼 수 있구나 하는 자존감’, ‘감추어진 끼와 반짝거림’을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학생들의 자신의 성취로부터 오는 행복감을 느끼고 있었다. 또한, 너무 높지도 멀지도 않은 곳에 있는 멘토들을 보면서 작은 비전과 희망을 얻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역량은 이 교육이 시대가 요구하는 핵심역량이며, 작은 희망은 우리 청소년들이 어두움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자신의 삶을 개척할 수 있는 불빛이 됨을 확신한다. 이제 학교는 학교 밖의 공동체와 협업하면서 이런 역량을 키워나가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혁신적이고 다양한 교육경험을 제공해야 할 때라고 본다.

*편집자 주
제4차 산업혁명이 세계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직업세계도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직업세계의 변화는 연쇄적으로 교육의 변화, 교실의 변화를 강하게 유도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기도 합니다. 이에 웹진 꿈트리에서는 미래사회 변화에 따른 교육문제와 직업 문제를 심도있게 다룰 수 있는 전문가 칼럼 코너를 운영하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글쓴이] 진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