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교육

[Vol.38] 연고적 자아와 미래 교육과정


[전문가의 눈] 성열관(경희대학교 교수)

 

요즈음 미래 학교에 대한 예측과 미래 대비 담론이 늘어나고 있다. 그 직접적인 동인은 인공지능, 사물인터텟, 가상현실 등을 포함한 4차산업혁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증가에 있다. 동시에 고령화, 저출산, 불안정, 실업, 비정규직, 미세먼지 등 위험사회에 대한 불안은 미래의 학교교육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켰다. 단순하게 말한다면 미래 학교교육 담론은 4차산업혁명과 위험사회론이 주도하고 있으며, 미래 사회의 가능성에 대한 희망과 위험에 대한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 교육의 미래를 꿈꾸고 준비해야 할까? 우선 너무 먼 미래는 예측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왜 너무 먼 미래는 와 닿지 않을까? 필자의 생각에는, 미래란 단순히 물리적 시간의 개념이 아니라 역사적이고 공동체적 개념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미래에 대해서 생각할 때 내 자식들이 살아갈 미래, 우리 자식의 자식 세대가 살아갈 미래 등 이 땅에서 살아갈 후속 세대들의 삶과 결부해서, 즉 연고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연설도 이런 생각을 뒷받침해준다. 그는 연설에서 “언젠가 내 4명의 자식들이 피부색이 아니라 인격으로 인정받는 나라에서 살게 되리라는 꿈을 꾼다”고 말하면서, “언젠가 노예의 후손과 노예 주인의 후손이 형제애라는 식탁 앞에 나란히 앉을 수 있는 날이 오리라는 꿈”을 꾼다고 했다. 이렇게 미래는 막연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역사적으로, 연고적으로, 공동체적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우리는 독립적인 자아로서의 개인이 아니라, 나와 자식 세대, 나의 자식과 타인의 자식 세대가 함께 살아갈 공동체에 맞닿아 있는 개인, 다시 말해 공동체적 자아로서 살아간다. 그래서 미래에 대해 꿈을 꾸고, 미래 학교를 구상할 때도 연고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더욱이 교육과정을 만드는 일은 성인 세대가 후속 세대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정하는 일과 같다. 이에 미래 교육과정은 미래가 가져다 줄 가능성과 위험을 동시에 인식하고 우리 후속 세대들이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식, 역량, 태도를 길러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과정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미래 사회의 변동과 그것이 학교교육에 미칠 영향을 파악해야 한다. 최근 저명한 미래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미래의 과학기술 발전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 잘 예측하고, 그 과학기술을 향유하며 동시에 통제할 수 있는 성찰과 교양의 중요성이 균형적으로 종합되어야 한다고 요약된다. 필자는 이러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미래의 교육과정은 4차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과학기술의 진보와 인류가 겪어보지 못한 윤리적 문제들을 다룰 수 있는 인문 교양의 중요성이 모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러한 깨달음에 더해 미래의 사회변동은 학교 교육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에 대해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의 변화는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가져왔다. 교육활동의 3대 핵심 영역은 교육과정, 수업, 평가인 바 아래에서는 이 세 가지에 있어 어떤 변화가 요구될지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인공지능과 같은 과학기술은 분명히 교육에서의 혁명적 변화를 요구할 것인데, 이로 인해 무엇보다도 현재의 과목 체계에 대해 재고해 보도록 요구할 것이다. 최근 4차산업혁명이 미래 교육에 미칠 영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개가 과학기술을 이용한 수업방법의 획기적 변화 논의에 그치고 있다. 향후에는 교육과정에 대한 논의로 발전되리라 예상된다. 왜냐하면, 기존의 3학 4과 전통의 교과목은 4차산업혁명에 맞게 변화를 요구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WEF) ‘직업의 미래’ 보고서는 4차산업혁명의 도래에 따라 전 세계 7세 아이들 65%는 지금 없는 직업을 가질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이러한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교육과정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 것인가의 논의가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이다.

둘째, 과학기술혁명이 요구하는 창의성, 디자인, 컴퓨팅 사고, 의사소통, 협업 능력 등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형식을 요구할 것이고, 이러한 형식이 교실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보다 강화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화, 표현, 토론, 자치, 실험, 상상, 디자인 등 보다 창의적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수업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사실상 이러한 수업은 학습자의 긍정적 정체성 형성에 도움이 되고, 보다 민주적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데도 필요하기 때문에, 언제나 중요한 수업 방식이기도 하다.

한편 명제적 지식을 암기하거나 개념을 이해하는 능력이 경시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반드시 암기해야 할 지식과 개념은 핵심적인 것으로만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핵심적인 개념은 반드시 이해해야 하지만, 불필요한 것들까지 암기하는 것은 낭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암기해야 할 범위는 줄고, 창의성이 발휘되어야 할 범위는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정보와 전문적 지식에 대한 접근이 쉬워지고, 창업과 제작에 의한 부가가치가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학교 수업에도 이러한 요구가 거셀 것이다. 이에 미래의 수업은 자신을 표현하며,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남과 함께 새로운 것을 제작하며, 남의 말을 경청하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형식을 요구한다.

셋째, 평가에 있어서는 예측이 쉽지 않다. 왜냐하면 과학기술의 변화와 위험사회의 도래에 따라 학생 평가 방식이 바뀌어야 하지만 과연 미래 사회에서 선별 체제가 어떻게 바뀔 것인가는 정확히 알기 어렵다. 생각해보자. 오늘날 한국에서 눈부신 과학기술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왜 여전히 30년 전과 거의 다를 바 없는 교육이 계속되는가? 이는 과거 우리나라의 급격한 성장기를 경험한 기성세대가 자신의 과거 경험을 기준으로 미래사회까지 재단하는 마음의 습관에 기인하는 것 같다. 이는 연고적, 공동체적 관점이 아닌 자기중심적, 이기적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에 필자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다소 무관하게 평가제도는 메리토크라시, 다시 말해 선별체제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평가가 바뀌기 위해서는 학교가 선별보다 모든 학생의 발달에 우선성을 두어야 하는데, 사회 불평등이 심한 사회에서는 이것이 쉽지 않다. 이에 미래 사회에서 학생 평가 제도가 바뀌기 위해서는 보다 평등한 국가, 모두가 존엄한 사회를 이룩해 나가야 한다. 변별 위주의 평가는 차별과 불평등의 함수이기 때문에, 사회의 변화와 병행될 수밖에 없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과학기술의 변화를 시장에만 연관 지어 생각하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대신 항상 헌법을 관련시켜야 하는 마음의 습관을 기를 필요가 있다. 4차산업혁명과 위험사회는 시민들의 직업적, 금전적, 윤리적 정체성을 변화시키고 있다.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을 미래 세대가 갖추어야 하겠지만, 그 능력이 어떤 식으로 발휘되어야 하는가는 헌법과 같이 높은 이상에 기대어 결정되어야 한다. 과학기술 자체가 인류에게 번영과 행복을 자동적으로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내 자식의 자식 세대인 30년 후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생산력 또는 국민총생산은 어떻게 분배될 것인가? 그리고 그 분배체제를 떠받치기 위한 상징적 장으로서의 교육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이는 결국 헌법과 같이 우리가 추구하는 높은 가치에 달려있다.

분명히 인공지능과 과학기술의 발달은 다양한 윤리적 문제를 발생시킬 것이다. 한 번도 직면하지 못한 윤리적 딜레마를 우리는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까? 이러한 질문에 직면하여, 우리는 미래의 아이들에게 윤리적 추론 능력, 공감 능력, 헌법적 추론, 인간의 존엄성, 분배정의 등 보다 깊이 있는 사고 습관을 길러주어야 할 것이다.

이에 필자는 우리가 원하는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를 앞당길 수 있는 교육이 미래의 교육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는 내 자식과 내 자식의 동료 시민들 모두가 존엄성을 누리고, 충분한 소득을 보장받는 사회에서 행복하게 살기를 꿈꾸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래의 교육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는 연고적으로, 즉 공동체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래야만 가능한 많은 미래 중에서 공동체에게 가장 좋은 미래를 불러올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는 자유학기제는 미래로 가는 징검다리를 놓고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올해 초 자유학기제를 연구하여, 논문으로 발표한 적이 있다. 이 연구를 통해 필자는 자유학기제가 미래의 교육과정을 앞당기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자유학기제는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진로에 대해 사고하고, 실험과 상상의 시간을 충분히 누릴 수 있으며, 친구들과 함께 무엇인가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이렇게 미래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존재가 아니고,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글쓴이] 성열관